도시에 출몰하는 야생 '들개'떼  북한산 들개 떼 어디서 왔나


은평뉴타운 설립 때 버려진 반려견들

은평·종로·성북 등 북한산 주변에 서식




북한산국립공원내 탕춘대능선에 나타난 유기견들. 

북한산 곳곳에는 3-7마리의 개들이 무리를 지어 생활을 하고 있어 탐방객들을 위협하고 있다.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방기정 야생동물생태연구소 포획팀장은 지난달 30일 은평구 불광동 선림사 인근에서 ‘잠복 근무’를 섰다. 냄새가 강한 고등어 통조림을 미끼로 두고 인근에 출몰하는 개떼를 기다렸다. 오후 1시쯤 12마리가 무리를 지어 나타났다. 마취총으로 우두머리를 겨눴지만 사람이 놓은 미끼임을 재빨리 알아챈 들개들은 순식간에 사거리를 벗어났다. 방 팀장은 “10마리가 넘는 들개 무리는 처음으로 봤다. 산 속이 아닌 도로변으로 이동할까봐 마음을 졸였다”고 말했다. 인근 대규모 아파트 단지는 방 팀장이 잠복했던 곳과 불과 50m 거리다. 



북한산 중심으로 '들개떼'가 출몰하면서 인근 주민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은평구는 서울시에서 유기견 관련 신고가 가장 잦은 곳이다. 10여 년 전 은평뉴타운 재개발이 본격화할 당시, 보금자리를 떠난 저소득층들은 반려견을 데려갈 여유가 없었고 버려진 개들은 북한산에 둥지를 틀고 번식을 시작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현재 은평구에서 출몰하는 들개 대다수는 당시 재개발지역 주민들이 이주하는 과정에서 버려진 반려견들의 2,3세로 추정된다. 



6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서울시내 유기견 관련 119구조대 출동 건수가 가파르게 증가했다. 2014년 1493건, 2015년 2220건, 지난해 4085건에 이어 올해 10월까지 4539건에 달했다. 올해만 놓고보면 하루 평균 15.2건인 셈이다. 이 가운데에는 개에 물려 다친 사고도 83건이나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중에서 가장 위협이 되는 것은 야생화된 유기견들이 무리를 이뤄 단체행동에 나서고 사람들을 위협하는 사례다. 실제 출동 건수 1만2337 건 중 두 마리 이상이 떼 지어 나타난 경우는 9.8%(1208회)를 차지했다. 5마리 이상 출몰해 사람을 위협한 경우도 151회나 됐다. 발생 장소는 산(77건)·아파트(21건)·도로(21건) 순으로, 아파트에 출몰했던 경우도 대부분 북한산 등 산 주변이었다. 



문제는 야생화하는 유기견 숫자가 매년 증가세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이렇다 할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유기견은 야생에 적응했더라도 동물보호법의 보호를 받는다. 죽이거나 학대를 가하면 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지자체에서 신고를 받고 포획에 나설 때도 마취총을 사용해 생포해야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야생동물로 지정이 돼야 서식밀도와 개체 현황, 분포도 등을 조사할 수 있는데 아직까지 해당 규정이 없어 정확한 실태 파악도 되지 않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 1월 환경부와 농림축산식품부에 야생화된 유기견들을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상 ‘야생화된 동물’로 지정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환경부는 유기견을 멧돼지나 고라니와 같이 야생 생태계를 교란하는 동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동물단체들 역시 반려동물을 쉽게 사고 버리는 상황이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유기견을 무작정 죽이는 것은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조윤주 서정대 애완동물과 교수는 “호주 등 해외 사례처럼 일정 자격을 갖춘 견주에게만 개를 키울 수 있도록 자격증제도를 도입하고, 동물등록제를 의무화해 유기된 반려견인지, 유실된 반려견인지를 구분해야 한다”며 “지자체 차원에서는 버려진 반려견을 수용해 재교육을 받게한 뒤 다른 견주를 찾아주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들개를 만났을 때는 눈을 마주치면 안 된다고 조언한다. 개를 긴장하게 만들어 공격 본능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리를 지르거나 뛰는 행동도 개의 추격 본능을 자극할 수 있다. 개의 눈을 쳐다보지 말고 무심히 지나가거나 물건을 던져 개의 관심을 돌리는 편이 안전하다. 개에게 물렸을 경우 큰 상처가 나지 않았더라도 병원을 찾아 광견병·감염증 등의 예방 치료를 받아야 한다. 


홍지유·임선영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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