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세계 최대 동물 매체 ‘도도’를 가다

60명 직원 중 기자는 7명뿐 모두가 동물 찍고 동물 보는 시대
‘사람-동물-사람’을 연결, 한국계 김유정 대표가 이끈다

“처참한 동물 학대 영상은 분노 주지만 인식 제고엔 한계
다음 세대가 동물 사랑하도록 영감을 주는 게 도도의 역할”




지난 6월초 미국 뉴욕 소호에 있는 도도의 사무실에서 김유정 대표를 만났다.



“애피(애니멀피플)는 동물을 소중히 여기며 동물을 위해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미디어 플랫폼입니다.”


요즈음 ‘세계에서 가장 잘나간다는’ 동물 전문 매체 <도도>(The DoDo)의 대표가 <애니멀피플>(애피)에게 보내온 창간 축하 메시지다. <도도>는 2014년 문을 열었다. 소셜네트워크에서는 <가디언>이나 <뉴욕 타임스>보다 더 유력한 매체다. 귀여운 고양이 영상도 있지만, 페로 제도의 고래사냥을 고발하는 진중한 뉴스도 있다. <애피> 창간에 앞서 지난 6월 미국 뉴욕의 도도 본사를 방문했다.


“멸종된 도도새가 우리의 상징”


누군가의 눈치를 보는 듯이 눈을 살짝 위로 뜬 달마티안 한 마리가 입에 테니스공을 문 채 살금살금 걸어오고 있다. 카메라 앞에 멈춰 서 멀뚱거리던 달마티안이 갑자기 카메라를 덮치자 주인으로 보이는 여성의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22초짜리 이 짧은 동영상을 두 달 동안 전세계에서 2209만번을 봤다. 지난해 6월 업데이트했고, 요가복을 갖춰 입은 여성이 대형견과 함께 매트 위에서 요가를 하는 ‘개 요가’ 영상은 현재까지 조회수가 802만번을 넘었다. 도도의 영상은 하나당 32만건의 피드백(좋아요, 공감, 댓글 등)이 있다.


미국의 동물 뉴스매체 <도도>는 동물 동영상을 주로 제작, 편집, 유통하는 미디어다. 세계적으로 1300만여명이 페이스북 또는 스냅챗, 유튜브 등을 통해 <도도>의 뉴스를 받아보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한국과 일본에서 주로 많이 보고 있다. 반려동물뿐 아니라 야생동물, 농장동물 관련 영상 또는 기사도 찾아볼 수 있다. 2016년 11월 기준 동영상 재생 숫자만 10억회를 넘기며 성공한 미디어라는 평가를 받는다. 동물과 인간의 관계를 생각해보자는 의미에서 회사 이름을 ‘도도’로 정했다. 포르투갈어로 ‘바보’라는 뜻의 도도는 몸집이 크고 날지 못하는 새로 고기를 노린 인간에 의해 이미 멸종됐다.


<도도>는 2014년 철학 전공 대학원생이던 이지 레러가 만들었다. 현재 그는 이 회사의 크리에이티브 총괄 책임자(CCO)다. 대표는 한국계 미국인 김유정(33)씨가 맡고 있다. 김 대표를 지난 7월 뉴욕 소호에 있는 <도도> 사무실 근처의 한 호텔 식당에서 만났다.


“요즘 독자들은 뉴스를 페이스북으로 읽어요. 페북을 주요 유통 경로로 생각하고 시작한 것이 가장 중요한 생각이었어요.”


김씨는 <도도>를 ‘미디어 유통업체’라고 불렀다. 소비자가 원하는 플랫폼에 뉴스를 가져다 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그는 생각한다. 신문·방송 등 전통 매체가 아니라, 스냅챗·인스타그램·트위터·페이스북 등으로 뉴스를 읽는 상황에서 <도도>는 그들 소비자에게 맞춰가겠다는 전략을 분명히 했다. <도도>가 성공한 것도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전략에 있다.


“같은 이야기라도 10대는 스냅챗, 40대는 페이스북으로, 각각 다른 경로로 뉴스를 받아들이잖아요. 서로 다른 소비자를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를 항상 고민해요.”


<도도>는 전통 매체의 뉴스 생산 구조에서 자유롭다. 기사 쓰기, 편집 교육 등 도제식 교육은 없다. 전체 약 60명의 정직원 중 기자는 7명뿐, 35명이 동영상 제작, 편집, 소셜미디어 유통 업무만 한다. 도도는 처음부터 디지털 감각이 있는 직원을 채용한다. 이들에게 동영상 또는 기사 작성 훈련을 시킨 뒤에는 스스로 출고할 수 있는 권한을 준다. 전통 매체처럼 편집자나 다른 기자의 데스킹을 거치지 않는 식이다. 그래도 분석 프로그램을 통해 영상의 조회수를 파악하고 전체 회의를 거쳐 어떤 영상, 어떤 기사가 반응이 좋았는지를 진단하고 다음 기사에 반영한다.


“귀여운 강아지 이야기와 북극곰의 위기 상황을 다룬 이야기가 있다면 강아지 영상의 조회수가 많아요. 회의를 거쳐 북극곰 이야기의 도입부를 조금 바꾸기로 했습니다. 조회수가 올라갔어요. 대중이 이 영상을 얼마나 보았는지 확인하는 데이터 분석은 개선을 위한 것이지 기자들을 비판하기 위한 것은 아니에요.”



“동물단체와 윈윈으로 간다”


특히 영상물은 <도도>의 중요한 콘텐츠다. 

한달에 45초~2분 사이의 동영상을 220~300개씩 공개하는데, 

동물 뉴스는 기사보다 영상에 담을 때, 전달 효과가 좋기 때문에 영상 비율을 더 늘려가고 있다. 


도도가 직접 촬영하는 경우도 있고, 시민단체가 보내오는 영상도 있다. 

김 대표는 100여개 동물보호단체, 구조단체, 보호소 등과 협업하고 있다고 했다. 

단체들은 <도도>의 높은 인기를 좋게 평가한다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단체가 보내준 영상이 <도도>의 이미지와 맞을 경우에는 (우리가 직접) 제작합니다. 

단체는 (영향력 있는 매체인) <도도>가 이야기를 만들고 편집해 유통해주는 것을 원하죠. 

서로가 얻을 것이 있기 때문에 이 관계가 유지될 수 있습니다.”



도도의 젊은 직원들은 일정한 훈련기간을 거친 뒤 별도의 데스킹 과정 없이 영상 또는 기사를 출고한다.



한국에서는 동물 학대나 이를 고발하는 영상이 널리 퍼진다. 

반면 <도도>의 영상은 해맑고 귀여운 모습이 많다. 동물과 인간의 관계를 미화시키는 것은 아니냐고 묻자, 김 대표가 말했다.


“<도도>는 <시엔엔>(CNN) 같은 전통 매체처럼 잔인하고 처참한 동물 모습을 담은 영상은 보여주지 않아요. 

그런 것을 보고 분노할 수는 있겠지만 대부분 순간적 감정에만 그치죠. 

하지만 돼지가 얼마나 사랑스럽고 똑똑하고 친근한지를 보여주면요? 

우리는 돼지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봐요.”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김 대표는 프린스턴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컬럼비아대학교 경영학 석사 과정(MBA)을 졸업했다. 

김 대표는 “어려서부터 동물을 좋아해 도도와 일하게 됐다”며 

“다음 세대가 동물을 사랑하고 아낄 수 있도록 영감을 불어넣어주는 일이 도도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뉴욕/글·사진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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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도애니멀 홈페이지  ☞   https://www.thedodo.com/


Posted by NOHISAN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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